[AWS 해커톤] 2. 해커톤 운영: 2~3일차
1분 아이디어 발표

2일차의 첫 시작은 각 팀 별로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래야 팀 별로 아이디어가 겹치는 경우 미리 대비할 수 있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될 것 같기도 해서였다. 실제로 팀끼리 아이디어가 겹치는 경우가 좀 있었어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아이디어 발표 및 피드백 시간을 갖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총 20팀이나 됐어서 앞에 전자시계를 두고 1분이 경과했을 경우 칼같이 끊을 수밖에 없었다.

팀 별로 발표했을 때마다 멘토 분들이 피드백을 해 주셨다. 공공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 건지, 개발 난이도가 쉽거나 어렵진 않은지, 추가적으로 어떤 요소를 추가하면 좋을지 등 깊고도 넓은 인사이트를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피드백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 킬링포인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slack을 이용한 피드백
이번 해커톤에서는 공지사항을 비롯해서 자료 제출, 피드백 등 대부분의 과정을 슬랙에서 진행했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slack을 이용한 피드백 방식이었는데, 짧은 시간 내에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용이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피드백을 찬찬히 뜯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이렇게 미리 각 팀 별로 멘토 분들의 이름을 적어 두고 피드백을 작성해 주십사 요청했다. 다행히도 대부분 현직 개발자로 일하고 계신 엔지니어 분들이셔서 slack 사용에 거부감이 없으셨다. 우리도 slack이 아직은 익숙지 않아서 팀 별로 캔버스를 따로 만드는 데에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slack을 이용한 피드백 방식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slack을 이용한 해커톤 운영의 장단점은 다른 게시글에 따로 정리해 둘 예정이다.
본격 개발
무박 2일로 진행하는 해커톤에서 운영진도 함께 밤을 새며 요구 사항을 들어 주고 멘토님이 미처 신경써 주시지 못한 기술적 질문들에 답해 줬다.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리를 맞대가며 개발에 열심이었다. 내가 참가한 것도 아닌데 괜히 열정이 샘솟았다. 열심히 하는 참가자들을 보고 있으면 운영적인 부분이든 기술적인 부분이든 내가 도울 수 있는 선이라면 그게 뭐든 돕고 싶어 안달이 났다.


열심이었던 건 멘토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3시가 넘는 시간까지 스페이스에 상주하며 제 일처럼 문제점을 해결해 주시는 멘토님들을 보며 나도 앞으로 저런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지경을 쌓았을 멘토님들이 젊은 개발자들을 밤새 가르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무척 울림있었다.
아이디어 공유
해커톤을 기획할 때 운영진들끼리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새벽 이벤트였다. 밤샘하는 개발자들을 귀찮게 하진 않으면서도 개발에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적절히 풀어주면서 또 적절히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이벤트가 있었음 했다. 고민한 결과로 회장이 제안한 건 아이디어 공유 종이 꾸미기였다. 짧게 야식 시간에 팀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든 후 가장 좋은 아이디어에 스티커를 붙이는 거였다. 사실 처음에는 개발하기에도 바쁠 텐데 이런 이벤트를 따로 마련하는 게 맞나 싶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런 이벤트를 귀찮아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싶어했고 그만큼 다른 팀의 아이디어를 궁금해 했다. 칠판에 둘러 서서 다른 팀의 아이디어를 구경하는 참가자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이벤트를 반대했던 건 언제였냐는 듯 기분이 들떴다. 의견은 다양할 수도 있고 내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최종 발표

다들 밤을 거의 새다시피 했는데도 발표자들은 물론 팀원 전체가 바짝 긴장한 게 보였다. 이틀 밤을 꼬박 샌 게 무의미하지 않게 아이디어 발표 때에 비해 훨씬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있었다.
후기
선생님들이 이틀동안 눈에 띄게 수척해지셨다. 그도 그럴 것이 행사 기간 내내 발 붙일 틈 없이 바쁘게 뛰어 다니셨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행사를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고 희생하신 분들이다. 해커톤에서 참여자들과 운영진들이 모두 좋은 경험을 쌓고 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분들과 멘토님들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없이 감사한 마음을 짧은 문장으로나마 전하고 싶다.
여러가지를 배웠다. 1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행사를 진행하는 법, 기획의 전체적인 단계, 고려해야 할 부분 등 실용적인 부분도 배웠지만 가장 크게 배운 건 '열정'이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둘러 앉아 코드를 두고 토론하던 개발자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심장이 막 뛰어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부정맥인가 싶었다.
운영에 대해서도 배웠다. 소중대 선생님들과 함께 일했는데, 기억 속에 있는 소중대 선생님들의 모습은 늘 뛰고 있는 모습이다. 그만큼 운영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런데 막상 '이거 해 주세요'하고 할 일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전부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뭐지?'를 스스로 생각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겨우 운영에 구멍이 안 났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세부적인 관점에서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태도를 배웠다.


발로 뛰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다. 기획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계획대로 되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획 때 김밥을 돌리기로 했으면 실제로는 김밥만 주문할 게 아니라 편의점에 뛰어가서 생수를 사와 함께 배부해야 했고, 엉망이 된 쓰레기통을 수시로 치워야 했다. 기획 때 슬랙 채널로 멘토님들께 피드백을 받기로 했으면 그 전날부터 20개 팀의 캔버스 창을 미리 만들어 둬야 했다. slack 사용법에 대해 2번, 3번 재공지하는 일도 함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끝나고 남는 건 온통 좋은 기억 뿐이다. 내가 만든 어플을 해커톤 때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했다는 것도 그렇고, 부족했지만 큰 차질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는 것도 그렇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역시 새벽을 불태우며 함께 개발하던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긴 밤을 열정으로 불태운 젊은 개발자들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