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와의 첫만남
어서와, 클라우드는 처음이지?
[AWS 해커톤] 3. 해커톤 운영하기: '해커네컷' 개발
어쩌다가 만들게 되었나 슬랙 앱을 직접 만들어서 해커톤 행사에 사용할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았다. 만들고 싶은 어플은 2가지이다. 하나는 '해커네컷'이라는 이름의 포토카드 기능이고 또 다
eemune.tistory.com
작년 여름방학은 내 대학생활 전체를 뒤바꿔 놓은 터닝포인트였다. 블로그에도 포스팅해 뒀지만 작년 여름방학 때 나는 AWS-인하대학교 해커톤의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그 때 AWS 본사에서 운영진 교육을 받으며 처음으로 클라우드 기술이라는 걸 접하게 됐다. 배운 기술을 해커톤에 적용해 보고 싶어서 '해커네컷'이라는 Slack App을 개발했었는데 AWS의 김병준 이사님이 분에 넘치는 관심을 쏟아 주셨다. 인하대학교 net-zero 해커톤을 포함해서 상명대 해커톤이나 숙명여대*오뚜기 해커톤 등 많은 대회에서 실제로 해커네컷이 사용됐는데, slack 채널에 해커네컷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해커네컷이 쓰이는 대회가 있을 때면 설레서 잠이 안 왔었던 게 아직도 기억 난다.
폐관수련
해커네컷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해커네컷만 생각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죄다 학식으로 해결하면서 하루 6시간만 자고 남는 시간엔 개발만 했다. 역시 옛 어른들의 말씀은 틀리지 않아서 영혼까지 갈면 안 되는 게 없었다. 처음에는 '저는 JSON으로 코딩해요' 하던 내가 한 달 쯤 지나니 서버를 구축해서 React App을 배포한 후 도메인을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slack app으로만 시작했는데 점점 UI도 만들고 관리자 페이지도 추가하고 유입 로그 분석도 추가하고... 하나하나 기능을 구현할 때마다 김병준 이사님이 당근처럼 칭찬을 내어 줬다. 사실 후반부에 가선 거의 그 칭찬에 중독돼서 힘든 것도 모르고 달렸던 것 같다. 그렇게 점점 개발자로 성장해 갔다.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AWS와 함께한 한 학기는 분명히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물론 실력적으로 무척 성장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거다. 매일 의미없이 반복되던 일상에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리다 보니 성공의 경험이 쌓였다. 지속적인 성공의 경험이 자신감을 낳았다. 원체 겁이 많고 불안한 인간상이라 '반드시 할 수 있다는 믿음'까지는 몰라도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정도는 가지게 됐다. 요즘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이번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하고 기대되기까지 한다. AWS를 만나기 전 1학기 때는 1개의 대회에 나간 게 전부였고 그마저도 개발은 전혀 몰라서 디자인만 담당했었는데, 2학기 때는 무려 3개의 대회와 2개의 대외활동과 1개의 외주를 진행했다...
AWS Rookies Championship
대회 초대

감사한 기회를 만나 AWS Rookies Championship에 초대 받았다. 해당 대회는 1년동안 AWS Cloud 관련 해커톤 등을 진행한 팀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들이 모여 경연을 펼치는 일종의 왕중왕전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여름방학에 개발했던 해커네컷을 주제로 나가려고 했었지만 그보다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학식왕 김인하를 고도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해커네컷은 이미 어느정도 완성되었지만 학식왕 김인하는 slack을 통해 오늘의 메뉴를 알려 주는 간단한 기능만 구현되어 있어서 기술적으로나 마케팅적으로 더욱 고도화시킬 여지가 많이 남아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아이디어 뱅크 김병준 이사님께서 일찍이 학식왕 김인하를 보시고는 '유학생'이라는 키워드를 던져 주셨었다. 또 여러가지 기술적인 조언도 제공해 주셨었는데, 해당 부분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업그레이드를 해 보고 싶었다.
이름도 바꿨다. 학식왕 김인하는 인하대학교에 한정되어 있는 구조이지만 좀 더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싶어 학식킹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유학생을 위한 학식 메뉴 알리미, 학식킹


학식킹 개발기
[학식킹] 유학생을 위한 학식 메뉴 알리미 제작기
타지에서 배고프면 서럽잖아요 학식킹은 유학생을 위한 학식 메뉴 알리미이다. 타지에 혼자 나와 안 그래도 서러운 일 많을 유학생들이 끼니라도 잘 챙겨 먹고 다녔음 좋겠어서 만들게 됐다. 모
eemune.tistory.com
학식킹은 유학생을 위한 학식 메뉴 알리미이다. 타지에 혼자 나와 안 그래도 서러운 일 많을 유학생들이 끼니라도 잘 챙겨 먹고 다녔음 좋겠어서 만들게 됐다. 모순적이게도 이 앱을 개발할 때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 학교 학식 메뉴가 이렇게 잘 나오는지는 처음 알았다. 뚝배기돼지고기김치찌개, 떡볶이세트... 닭가슴살을 우물우물 씹으면서 '치킨마요덮밥'을 치는 내 모습이 좀 민망했다.
대회까지는 2주가 남아 있었다. 개발하는 2주 간 밤을 정말 많이 샜다. 클라우드 기술이 아직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 디자인, 프론트엔드, 백엔드에 배포까지 한정된 시간 안에 끝내야 하다 보니까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수밖에는 없었다. 다크서클은 늘었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매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 안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부쩍 실력이 성장한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만든 앱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가슴 뛰는 일이어서 그랬다. 딱 오늘만 더 해보자, 진짜 오늘까지만 더 하자... 하다 보니 2주가 지났다. 대회 당일 아침에 어플이 완성됐다.
AWS 본사는 멋있구나
밤을 새서 눈이 뻑뻑했다. 인공눈물을 바가지로 눈에 쏟아 넣으며 고속버스를 탔다. 인하대학교에서 AWS 본사가 있는 역삼 센터필드까지는 약 2시간이 걸렸다. 고속버스에서는 좀 자려고 했었는데 긴장돼서 잠이 안 왔다. 결국 휴대폰으로 써 놓은 대본을 외웠다. 주문 외듯이 혼자서 입모양으로 중얼중얼 대본을 외웠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주변 사람들 눈에는 내 모습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지...
지하철로 갈아타 도착한 센터필드는 무척 커다랬다. 인천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이 없는데... 이제 시작이구나 싶어 떨리는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바닥이 대리석이라서 반짝반짝했다. 로비에서 한 10분 길을 못 찾아서 헤멘 끝에 대회장에 도착했다.
대회장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뒷쪽에 서 계신 분들도 많았다. 이렇게까지 규모가 클 줄은 몰랐어서 당황스러웠다. 안 그래도 쿵쿵 뛰던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치킨은 맛있구나

대회장에는 치킨이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었다. 치킨에 떡, 치킨무까지 야무지게 가져와서 먹었다. 긴장했던 건 어디 가고 치킨 먹방에만 집중했다. 이 날 인상깊었던 기억 중 하나가 치킨인 것 같다. 특히 마늘치킨이 맛있었다.
발전하지 못했다면 촌스러워 보일 거예요

start aws의 아이돌 김병준 이사님께서 개회사를 시작하셨다. 개회사 중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이 있었는데, 기술 발전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거였다. 다음날 어떤 기술이 나와 있을지 몰라서 눈 감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 중에서도 학기 초에 개발한 후 어떠한 후속 개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다른 팀들의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촌스러워 보일 거라고 하셨다. 고작 한 학기의 차이만으로도 이렇게까지 격차가 벌어질 정도로 기술의 발전이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미 개발해 둔 해커네컷을 쓰는 대신 학식킹을 새로 개발한 게 새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여기 무서워요
총 14팀이 출전했고, 내 발표 순서는 7번째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내 앞 6팀의 발표를 들었다. 다른 팀은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기술들을 적용했는지 궁금했던 차였다. 다른 팀들의 발표를 듣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멘탈에 금이 갔다. 기획에서 기술, 발표까지 내가 예상했던 범주를 훨씬 상회하는 퀄리티였다. OCR 기술을 사용해서 어떤 방식으로 Fine-tuning하고... 척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기술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만큼 주제들 역시 흥미로웠다. 인상깊었던 주제는 '뚜기두밥' 팀의 오뚜기 상품몰 리뷰 분석 및 캐치프라이즈 추천 서비스였는데, 오뚜기 상품몰의 상품들에 달린 긍정적/부정적 리뷰를 분석하여 부정적인 키워드를 분석하여 연구원들에게 전달하고 긍정적인 키워드들을 분석하여 캐치프라이즈를 추천하는 시스템이었다. 실제로 기업에서 돈을 내고 사용해도 되겠다 싶었을 정도로 실제 사용 가능성이 있는 어플이었다.
그 밖에도 사용 환경에 맞춰 최적의 EC2 type을 추천해 주는 EC2 Type Advisor, 서울시 버스 광고 분석을 통한 노선 비용효율성 분석 시스템, 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 정기전 승부예측 서비스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한편 MZ함으로(...) 승부하는 팀도 있었다. '탕비티아이'라는 성격 유형 검사 서비스였는데, 개인의 성격 유형을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에 빗대어 알려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아스파라거스 탕후루가 나왔다.
다들 수준급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와서 그에 걸맞는 발표를 했다. 저 엄청난 프로젝트들을 뚫고 내가 수상을 할 엄두가 안 났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오늘 인하대학교의 급식 메뉴입니다. ...아니, 학식 메뉴입니다.
너무 긴장해서 심장이 쾅쾅쾅 뛰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앞에 나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인원이 훨씬 많았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주절주절 발표했다. 김병준 이사님이 교회 권사님같았다고 했다. 중간에 인하대학교 학식 메뉴를 예시로 드는 슬라이드에서는 학식을 급식이라고 말하는 실수까지 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2주를 통째로 갈아 넣었는데 이대로 끝인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렇게 준비했던 발표가 얼레벌레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얼굴이 뜨끈뜨끈해서 터질 것 같았다.
수상!

모든 팀의 발표 순서가 끝나고 수상 결과를 발표할 시간이 됐다. 다른 팀들의 발표가 워낙 대단했고, 내가 발표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수상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긴장하며 수상 결과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5등, 4등... 수상팀들이 하나씩 불리는데 내 이름은 안 불렸다. 실망을 넘어 참담한 마음까지 들었다. 기대 안 한다고 해놓고는 제일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2등팀 발표가 나왔다. 2등 상은 Slack상이었다. Slack 상은 특이하게 두 개 팀을 선정했는데, 첫 번째 상에서 역시나 다른 팀이 호명됐다. 자리에 앉아서 오매불망 내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 상을 발표할 때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됐다. 좋은건지 뭔지 아무튼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얼떨떨한 와중에도 발은 착실하게 강단으로 뛰어 나가고 있었다.
후기
수상했을 때부터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에 갈 때까지 계속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도 모를 애매한 감정으로 지인과 강남역에서 술을 마시고 다시 집에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미친것처럼 뛰던 심장이 그제서야 진정이 됐다. 버스에 앉아서 Slack 파우치를 끌어안고는 조금 울었다. 지난 한 학기가 주마등처럼 스쳤다.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에서 어슴푸레한 별 하나를 향해 뛰어가는 도중에 오아시스를 만나서 목을 축이는 느낌이었다.
학식킹을 더 넓은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 단순히 대회에서 수상한 것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고도화해야 할런지도 감이 안 잡히고 어떤 기술들을 어떻게 배워서 적용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일단 하다 보면 될 거라고 믿는다. 지난 한 학기 동안 그랬었듯이.
작년 여름방학 3시간의 AWS 교육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Hello world!'밖에 칠 줄 몰랐던 내가 이렇게 실제로 어플을 배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AWS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인하대학교에 Cloud 기술을 소개해 주시고 개인적으로도 끊임없이 길을 제시해 주시고 독려해 주시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시고 계속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를 제공해 주신 내 워너비 김병준 이사님과 Cloud 기술을 처음 가르쳐 주시고 매번 새벽까지 도와주시는 박진성 팀장님과 start aws에서 밤낮으로 질문을 받아 주시고 새로운 기술을 소개해 주신 멘토님들과 Credit 후원으로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여러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AWS 기업측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대회, 대외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해커네컷] 2. '찍을래' 기능 추가(2/2) (2) | 2023.07.27 |
|---|---|
| [AWS 해커톤] 3. 해커톤 운영하기: '해커네컷' 개발 (0) | 2023.07.17 |
| [AWS 해커톤] 2. 해커톤 운영: 2~3일차 (2) | 2023.07.17 |
| [AWS 해커톤] 2. 해커톤 운영: 1일차 (2) | 2023.07.17 |
| [AWS 해커톤] 1. 운영진 교육 (2) | 2023.07.08 |